<만추> 종반부 탕웨이와 현빈의 키스신은 원래 시나리오에 없었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단 한 번, 그러나 매우 길고 격정적으로 진행되는 키스신이다. <만추> 홍보차 내한해 11일 기자들과 만난 탕웨이는 이 키스신을 찍은 배경을 설명했다.
“어머니의 장례식 장면을 찍고 있는데 김태용 감독님이 오시더니 ‘아무리 생각해도 어떤 신이 필요하다’면서 그 감정을 얘기하는데 제 심장이 뛰는거예요. 그 얘기에 몰입했어요. 아, 필요한 장면이구나, 하겠습니다, 했어요. 이후 키스신 찍는 순간이 기다려졌습니다. 정말 오래 찍기도 했고요.(웃음)”
현빈에 대해서는 마음에서 나온듯한 찬사를 쏟았다. “제 주변에도 현빈씨에게 미쳐있는 팬들이 많다.(웃음) 홍콩에서는 신문 한 면 전체에 ‘현빈 바이러스’라는 제목의 기사가 났을 정도”라고 전했다.
“굉장히 안정적인 배우였어요. 실제 나이보다 많은 삶을 살아온 듯 어른스러웠어요. 매사에 진지해서 농담을 받아들이는 자세조차 진지했어요. 그런 면에서 현빈씨가 코미디 배우를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극중 현빈이 맡은 훈은 탕웨이의 애나에게 햇빛같은 존재다. 마음이 죽어있던 애나는 그 햇빛을 받아 다시 살아갈 희망을 얻었다. 탕웨이는 “어제 시사회에서 많은 여자팬이 현빈씨를 보면서 소리를 질렀다. 많은 분들에게 현빈씨는 훈 같을 것이다. 그 보조개에서 나오는 미소가 햇빛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어, 문화가 다른 한국인들과 영화를 찍는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그는 “감정엔 국경이 없다. 언어는 감정에 비하면 힘이 없다”고 말했다.
“좋은 시나리오, 좋은 감독, 좋은 배우 때문에 출연을 결심했어요. 현장에 도착했을 때 그 믿음이 확인됐습니다. 현장에서 유일한 중국인이었지만 제가 외국인이라는 생각이 든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탕웨이는 눈빛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이유도 통역을 거치지 않고 상대방과 눈빛을 보면서 이야기하고 싶기 때문이다. 아무리 의사소통이 힘들어도 김태용 감독과는 통역 없이 이야기했다. 그렇게 교감을 나누다 보니 나중엔 통역조차 알지 못하는 둘만의 언어가 생길 정도였다.
그는 작품 배경이 된 미국 시애틀에 촬영 2달 전부터 가서 살았다. 애나의 성장 배경, 사는 환경을 이해해야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시애틀 화교들과 어울렸다. 그는 시애틀이 자신의 고향 항저우와 닮았다고 했다. 안개와 비가 잦아 음산한 느낌이 그렇다. 시애틀은 자살율도 높다고 한다. 탕웨이는 “그래서 극중 애나의 생활이 그렇게 우울했을 거다. 얼음같은 애나가 불꽃같은 훈을 만나 순식간에 녹은 것도 그런 이유 떄문이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만추>에서처럼 힘든 사랑을 해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사랑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알 것이다. 사랑은 기쁨과 고통이 번갈아 온다”고 답했다.
그는 “우연히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편한 일이 있나 싶었다. 생활 속에서는 표현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걸 연기에서 진심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연기를 하면 내가 표현하는 걸 의심않고 받아들여준다”고 덧붙였다.
<색, 계>(2007)나 <만추>처럼 탕웨이는 한국 관객에게 진지하고 슬픈 역할로 주로 알려졌지만 사실 대단히 쾌활한 사람이다. 얼마전 찍은 <급속천사>에서 탕웨이는 여자 레이서로 나오는데 “딱 내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멍 뚫린 청바지를 입고 남자처럼 걷는다. 엄마가 그 모습을 보더니 ‘이제야 니 모습이 나온다’고 말씀했다”며 웃었다.
궁리, 장쯔이 같이 할리우드에 진출할 계획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난 원래 계획 없이 산다”며 웃었다. <만추>는 1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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